재수 하면 붙어야지 떨어지는 것도 버릇된다 성악과 입시에서 떨어져서 재수해야지 하고 결정하신 분들을 위한 가이드
며칠 전에 테스트 레슨을 하나 했습니다. 재수를 해야 하는데, 왜 떨어졌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그걸 알고 싶어서 온 것이었습니다.
왜 떨어졌지?
테스트라는 것은 간단합니다. 입시에서 불렀던 노래 중에 한 곡 부르는 게 끝입니다.
그럼 제가 듣고 제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판단하여 그에 대한 제 견해를 말씀드리는 거죠. 완전히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그것이 100% 옳다고 할 순 없겠지요.
하지만 저의 주관에는 제가 30년간 치러온 입시에 대한 경험이 들어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 저의 의견은 맞습니다.
그런 의견을 꾸밈없이 말씀드립니다. 이렇게 상담을 하면 열의 아홉은 연락이 없습니다.
저도 레슨을 해서 먹고사는 입장에서 테스트받은 학생이 레슨을 받으러 와야 하는데 연락이 없으니 답답하죠.
또 곰곰이 생각을 해봅니다. ‘왜 안 올까?’ 학생을 가르치는 다른 선생들과 이야기해 봅니다. (물론 전부 제 친구들이지만) 전부 지적하는 것이 똑같습니다.
“너무 정직하게 이야기했다.” 처음엔 이 말이 이해가 안 갔습니다.
“왜 정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잘못인 거지?”
나에게 테스트를 받는 목적이 대학에 합격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하고 어떤 것들을 고쳐야 다음번 시험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친구들도 이 말에는 전부 동의하지만, 문제는 그렇다고 해도 정직하게 말을 하면 학부모와 학생들은 기분 나빠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테스트 결과를 잘 포장해서 어르고 달래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친구들의 말도 모두 일리가 있는 말들이고, 그 친구들도 수십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얻은 노하우들이었습니다.
같은 목표, 다른 생각
말을 잘 돌려서 이야기 못한 것은 저의 상담 스킬이 모자라서 그렇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하면 이야기가 또 달라집니다.
저의 테스트 결과를 이해하고 저에게 입시를 맡긴 친구들은 다음 입시에서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합격은 물론이고 한꺼번에 두 군데를 합격한 경우도 많았죠.
지난 30년간 이런 것이 반복되다 보니 저는 저의 입시에 대한 판단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저의 의견을 단도직입적으로 학부모와 학생에게 조언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학생이나 저나 둘의 목표는 같습니다. 바로 합격이죠.
저는 입시에 합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고, 학생은 저의 방법을 최대한 익혀서 합격을 하는 것이 저와 학생의 공통의 목표입니다.
나중에 훌륭한 성악가가 되는 것은 그 다음 할 일이고, 저의 가이드는 합격을 하는 것까지라는 것을 저는 항상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대학에 진학하면 학교에서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기 때문이죠.
최고의 위로는 합격
대학에 한번 떨어지면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그 점을 저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왜 모르겠어요?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아이들을 가르쳐 학생의 꿈을 이루게 해주는 훌륭한 선생님의 드라마를 저도 많이 보았습니다. 아주 감동적이죠.
그런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럴까요? 학부모와 학생들은 그런 것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직선적인 조언에 “선생님이 무서워요”, “어려워요”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해볼게요. “여러분은 어떤 선생님을 원하나요?”
다시 설명하자면, 김연아 선수가 7살 때 피겨를 배우면서 넘어지면 가서 일으켜주고 다독여주고 “잘할 수 있어” 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런 코치가 필요한가요?
아니면 18살이 되어 국제 경기에 나선 김연아 선수가 연습하며 점프하다가 넘어지면 칼같이 지적해 주고 자세를 바로잡게 만드는 전문적인 코치가 필요한가요?
마지막 단계
중학교까지는 용기를 북돋워 주는 선생님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고3이 되어 입시를 앞에 둔 시점이라면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인내가 필요할 겁니다.
심지어 재수를 해야 되는 상황에서도 응석을 부린다면 합격은 멀리멀리 달아날 것입니다.
누가 처음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만 이탈리아에서 유학할 때 유행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국립음악원 시험을 볼 때마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후배들에게 하던 말인데요.
“어떻게든 붙어라, 떨어지는 것도 버릇된다!”
지금도 이 말이 자꾸 생각납니다. 콩쿠르에서 떨어질 때마다 저도 곱씹던 말이니까요.
만약 재수를 한다면 여러분의 시간, 노력,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입시에 합격합니다.
여러분처럼 성악으로 입시를 치르는 입시생이 매년 약 5,000명 정도 됩니다. 대학은, 남들 다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은 이 중에서 고작 15명 정도만 뽑습니다. 이런데도 위로만 받고 싶나요? 빨리 툴툴 털고 일어나 연습하세요. 이런 외롭고 힘든 여정은 합격하면 신기하게 전부 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