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레슨 받는데 노래가 갑자기 안될 때가 종종 있죠?
누구나 겪는 성악의 어려움
성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답답한 순간은, 어제까진 잘되던 노래가 오늘은 전혀 되지 않을 때입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이런 경험이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레슨 시간에는 목소리가 잘 나오는 것 같다가도, 집에 돌아와 연습하면 뜻대로 되지 않아 당황하곤 하지요. 저 또한 40년 가까이 성악을 해오면서 수없이 이런 순간을 겪었습니다.
심지어 해외 유학 시절에도 하루는 노래가 잘되고, 다음 날은 도무지 소리가 풀리지 않아 괴로워한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런 순간이 오히려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성악은 짧은 시간에 완성되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노래가 안되는 날”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장기적인 성장을 좌우합니다.
노래가 안되는 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몸과 마음은 항상 일정하지 않다
사람의 몸은 매일 똑같지 않습니다. 잠을 잘 못 잤거나, 감기에 걸렸거나, 혹은 스트레스를 받은 날은 당연히 노래가 잘 안됩니다.
성악은 몸 자체가 악기이기 때문에 몸의 컨디션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러니 노래가 갑자기 안된다고 해서 자신이 재능이 없다고 단정하거나, 하루아침에 실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입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말 것
제가 입시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많이 보는 모습은, 노래가 안되는 날 자책하며 연습실에 더 오래 틀어박히는 경우입니다.
물론 성실하게 노력하는 태도는 중요하지만, 억지로 소리를 내려고 애쓰면 오히려 성대와 몸이 굳어집니다. 그 결과는 더 큰 슬럼프로 이어지지요.
스트레스는 모든 병의 뿌리라는 말처럼, 노래 역시 스트레스가 쌓이면 절대 잘 될 수 없습니다.
기분을 전환하는 지혜
저는 노래가 잘 안 되는 날엔 아예 다른 일을 했습니다.
집 청소를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세차를 하면서 억지로라도 노래 생각을 잊으려 했습니다. 유학 시절 15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제 자신을 다독였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린프레스카레(rinfrescare)’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다시 상쾌하게, 기분을 환기한다는 뜻입니다.
억지로라도 기분을 좋은 쪽으로 돌리면, 다음 날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노래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실패한 레슨이 더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레슨이 잘 안 된 날이 오히려 더 큰 공부가 될 때가 많다는 점입니다.
노래가 잘 풀릴 때는 선생님의 말씀을 그냥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만, 잘 안 되는 날은 ‘왜 안되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질문이 더 깊은 연습과 연구로 이어집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이 노래를 한 단계 성장시킵니다. 저 역시 수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성악가로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성악은 긴 여정, 마음을 길게 가져라
성악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입시를 앞두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늘 말합니다. “오늘 노래가 안된다고 해서 낙심하지 말라. 오히려 그날이 성장의 기회다.”
성악은 오랜 시간 호흡, 발성, 음악적 표현을 다듬어야 비로소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노래가 안되는 날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대하느냐입니다.
만약 레슨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면, 스스로를 질책하기보다 “오늘은 다른 일을 하면서 기분을 바꾸라는 신호구나”라고 받아들이세요.
그러고 나면 내일은 더 맑은 마음과 가벼운 몸으로 노래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성악의 길은 긴 마라톤입니다. 순간의 기복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성악가의 자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