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지망생이라면 성악 레슨을 받으세요!
“뮤지컬을 하고 싶으면 뮤지컬을 배우면 되지, 왜 성악 레슨을 받으라고 하는 거지?”라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 글에서는 뮤지컬을 지망하는 이들이 왜 성악 레슨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뮤지컬이 욕심을 부리면 오페라가 된다
오늘날 뮤지컬은 영화와 더불어 우리 문화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뮤지컬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오페라가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 속에서 쇠락의 길을 걸을 때, 뮤지컬은 대중의 구원투수처럼 등장했죠.
코로나 상황 이전에는 작은 규모부터 대규모까지 다양한 뮤지컬이 매일같이 공연되었습니다.
저는 얼마 전,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에서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만들었다는 <미스 사이공>을 보았습니다. 웅장한 무대와 출연진들의 열정적인 가창, 연기까지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었죠.
하지만 이 작품을 보며 계속해서 떠오르는 생각은 푸치니의 <나비부인>이었습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미스 사이공>은 <나비부인>의 패러디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오페라를 따라가려는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죠. 태생적으로 뮤지컬이 욕심을 부리면 결국 오페라가 되는 겁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
사실 뮤지컬은 오페라의 간소화된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페라도 처음부터 거대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점차 발전하면서 지금의 웅장한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그 결과, 오페라 공연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어 티켓값이 비싸졌고,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반면 뮤지컬은 오페라의 지루한 부분을 생략하고, 레치타티보를 대사로 바꾸었으며, 아리아는 살리고 군무를 통해 극의 역동성을 극대화하여 대중성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발전하게 되어있고, 이 발전은 곧 “욕심”으로 이어집니다. <미스 사이공>처럼 뮤지컬도 점차 크고 화려해지며, 노래의 난이도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배우들의 역량도 함께 발전해야만 합니다.
이미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클래식을 전공한 배우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점차 그렇게 될 것입니다.
불과 30년 전처럼 노래를 대충 불러서는 뮤지컬 배우가 되기 어려워졌습니다.
친한 성악 전공 후배가 뮤지컬계에 발을 들여놓아 지금은 뮤지컬 학과 교수로 유명해졌는데, 그 친구가 술자리에서 가장 가르치기 힘든 것이 노래라고 하더군요.
무용이나 연기는 몇 달이면 가르칠 수 있지만, 노래는 단기간에 되지 않기 때문에 요즘은 노래를 잘하는 성악과 출신을 먼저 뽑아 춤과 연기를 가르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외모에 신경 쓰지 않던 성악과도 이제는 뛰어난 외모의 학생들이 많아져 오디션을 보기에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왜 성악 레슨이 필요한가?
노래 실력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습니다. 노래를 가르치는 것은 매우 귀찮고 지루한 일입니다.
따라서 뮤지컬 분야에서 새로운 인재를 영입할 때 성악과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성악 전공자들은 악보를 잘 보고 노래를 빠르게 배우는 데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가르치기 어려운 노래에 가산점이 주어지는 것이죠.
성악가가 되려면 4년제 대학 졸업만으로는 부족하고, 대학원과 유학까지 10년 이상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서 성악과 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 뮤지컬로 전향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뮤지컬 곡들은 성악과를 졸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뮤지컬 역시 오페라처럼 노래로 승부해야 하는 장르입니다.
노래가 부족하면 관객들은 외면하게 됩니다. 따라서 노래를 체계적으로 배워야 하는데, 가장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문이 바로 성악입니다.
이것이 뮤지컬을 하려고 해도 성악을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성악을 배웠다고 해서 뮤지컬을 성악처럼 부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성악을 배웠지만 뮤지컬 특유의 발성을 하지 못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둔해서입니다.
투포환 선수가 야구공을 던질 때 투포환 던지듯이 던지지 않듯, 성악을 배웠다면 뮤지컬에 맞는 발성법을 익혀야 하는 것입니다.
성악을 배우면 뮤지컬이나 다른 보컬 장르의 노래를 배우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습득하고 잘 부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악 레슨을 통해 기본기를 익히는 것은 결코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아닙니다.
4년제와 2년제, 학력의 중요성
안타깝게도 국내 4년제 대학 중 뮤지컬 학과가 있는 곳은 매우 드뭅니다. 반면 성악과는 대부분 4년제 대학에 개설되어 있습니다.
만약 뮤지컬이나 성악으로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제출할 때, 우리 사회에서는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 졸업자 사이에 차이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전공과 관계없이 4년제 졸업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활동할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학력이 뒷받침되는 것이 사회생활에 유리합니다.
그런 면에서도 뮤지컬 학과보다는 성악과로 진학하여 4년제 졸업장을 취득하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입니다.
저의 제자들 중에도 대학을 졸업하고 뮤지컬계에 데뷔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들이 왜 뮤지컬로 진로를 바꾸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이 재미있어하고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면 좋은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해 주곤 합니다.
노래는 성악이든, 뮤지컬이든, 대중음악이든 장르만 다를 뿐 노래하는 기본은 모두 같습니다.
성악은 그 기본을 가장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문이기에, 뮤지컬 지망생에게 성악 레슨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