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라토 숨겨진 의미, 보통 빠르기가 아닙니다
악보 속 용어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
음악 레슨을 받을 때 흔히 접하는 용어 중 하나가 바로 모데라토(Moderato)입니다. 우리는 이 이탈리아어를 ‘보통 빠르기’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어 본연의 의미를 그대로 해석하면 ‘균형 잡힌’ 또는 ‘정확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학 생활을 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우리가 악보의 ‘악상 기호’라 외웠던 이 말들이 일상생활에서 너무나도 흔하게 쓰이는 언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마치 작곡가가 특별한 전문용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일상적인 언어로 연주자에게 원하는 바를 적어 놓은 것과 같았죠.
어린 시절에는 악보에 적힌 이탈리아어 용어들이 마치 음악가들만의 특수한 암호처럼 느껴졌고, 그 뜻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나 현지에서 생활하며 이탈리아어가 익숙해질 무렵, 이른바 ‘음악 전문용어’라고 불리던 단어들이 시장이나 술집에서조차 쓰이는 보통 사람들의 언어임을 깨닫고, 그동안 이 말들을 대단한 전문용어인 양 취급했던 저 자신이 문득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모데라토’를 ‘보통 빠르기’로 해석할 때 생기는 오류
다시 모데라토의 본래 의미인 ‘균형 잡힌’에 집중해봅시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곡의 빠르기가 미묘하게 변하곤 합니다. 감정을 잡거나 폼(Form)을 신경 쓰다 보면 느려지기도 하고, 너무 깊이 몰입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빨라지기도 하죠.
노래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현상이며, 심지어 노래방에서 반주에 정확히 맞춰 부르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메트로놈을 사용하여 정확한 박자와 빠르기를 몸에 익히려고 노력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사용하는 국어사전에 정의된 모데라토, 즉 ‘보통 빠르기’라는 해석이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것입니다.
만약 모데라토가 순전히 ‘보통 빠르기’만을 의미한다면, 다음과 같은 악상 표기에서 논리적 모순이 발생합니다.
- 안단테 모데라토(Andante Moderato): ‘느리게 보통 빠르기’ – 우리말로는 의미 전달이 혼란스럽습니다.
- 알레그로 모데라토(Allegro Moderato): ‘빠르게 보통 빠르기’ – 이 역시 정확히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모순된 해석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여전히 ‘보통 빠르기’로 교육되고 사용되는 현실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노래의 표현력을 높이는 ‘모데라토’ 활용법
제가 제안하는 방식대로 ‘균형 잡힌’이라는 본래 뜻을 적용하여 악상 용어를 다시 해석해 봅시다.
안단테 모데라토는 “균형 있게 느리게” 혹은 “확실하게 느리게”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연주자에게 단순한 속도 이상의 안정감과 정확성을 요구하며, 훨씬 더 명확하고 확실하게 작곡가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성악레슨 시 모데라토라는 말을 단순히 속도의 기준인 ‘보통 빠르기’라고 생각하기보다, ‘균형 잡힌’ 혹은 ‘확실한’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면 노래의 표현력과 안정감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악보에 쓰인 악상 용어 중 미심쩍은 부분들을 앞으로도 여러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드릴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