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을 잘 내는데 진짜 고음 하나만 잘 내면 될까요? 성악에서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어요
고음에 매료되는 이유
이번 시간에는 고음을 잘 내는데 왜 합격을 못할까 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악을 공부하다 보면 통쾌하게 고음을 내는 꿈을 꾸곤 합니다.
정말이지 어떤 파트를 막론하고 고음을 멋있게 뽑아내는 장면은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죠.
그런 맛에 성악을 공부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성악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고음 그 자체에 매료돼서 연습하라고 하면 고음 몇 번 질러대고
연습 끝났다고 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악을 오래 가르치다 보니까 의외로 고음 때문에 노래를 망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몇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하이 C음을 잘 내던 선배 이야기
제가 대학 다닐 적에 선배 한 분이 계셨는데 그분은 하이 C음을 아주 기가 막히게 잘 냈습니다. 학생답지 않게요.
아침에 학교 와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심심풀이로 하이 C음 한 번 쫙 내고 수업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우리는 그럴 때마다 와 하고 놀라면서 경이로운 눈길로 그분을 바라보곤 했죠.
대학교에서는 매주 위클리 연주를 하죠. 그 선배의 차례가 됐습니다. 우리는 기대에 차서
그 선배의 노래를 기다렸죠.
그런데 선배가 노래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전부 뒤로 넘어갔습니다.
우리가 자주 부르는 잘 알려진 노래였는데요. 너무 이상하게 불러서 위클리 시간 내내 웃음을 참느라고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네요. 심지어 나중에는 서로 웃음을 참느라고 눈물까지 나더군요. 하지만 마지막 하이 C음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잘 냈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위클리 연주는 그렇게 우리에게 아주 큰 웃음을 남겨주고 끝나버렸죠.
그 후 그 선배는 “난 성악에 재주가 없나 봐.” 하면서 끝내는 다른 과로 중간에 전과를 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그분이 노래보다 고음 자체에만 집중했다는 점이에요.
이런 경우는 의외로 드물지 않습니다.
여덟 번 낙방한 친구 이야기
또 다른 케이스가 있는데요. 제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는 재수, 삼수도 아니고 무려 여덟 번이나 낙방을 했습니다.
아홉 번째가 돼가지고 저를 찾아왔는데요.
저는 학교를 옮기겠다고 마음먹고 바로 준비해서 한 번에 붙었었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친구가
자기 자존심 다 버리고 저를 찾아와서 자기 레슨을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신이 아리아 마지막에 나오는 최고음을 얼마나 잘 내는지 한참을 저에게 이야기하면서 그런데도 선생들은 무식해서 자기의 진가를 몰라준다고 푸념을 계속해서 저에게 했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저는 노래를 한번 불러보라고 했죠. 그러고 나선 그 친구가 입시에서 계속 떨어지는 이유를 저는 고음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고음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 그 대신 노래를 좀 더 매끄럽게 하는 것이 좋겠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노래를 레슨해 주었습니다. 그 결과 그 친구가 꿈에 그리던 H대학에 입학을 했죠.
고음 하나로 노래는 완성되지 않는다
왜 이런 이야기를 드리냐 하면요.
고음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노래가 고음 하나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겁니다.
노래 전체를 살펴보면 수많은 마디 중에 고음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겨우 한 마디 정도 될까요? 고음은 그냥 수많은 음표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두 분은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었지만 노래보다는 그 고음 내는 것에 급급해서 노래 전체를 망친 것이죠.
성악은 그저 우렁찬 소리만을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악은 노래를 잘하기 위해서 하는 거죠.
노래를 잘해서 청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래 전체를 조화롭게 잘 연결하면서 청중들을 감동으로 몰아갈 수 있어야 하죠.
밑도 끝도 없이 그냥 고음을 질러대는 것은 참 무식한 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래 전체의 조화, 우리가 흔히 밸런스라고 부르죠. 이런 조화로움 속에 아름다운 고음이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고음에 노래를 맞추면 절대로 합격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노래 전체의 조화 때문인 것이죠.
고음은 노래 안에서 빛난다
고음을 잘 내는 것은 아주 좋은 장점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컵의 손잡이를 잘 만든다고 해서 컵의 손잡이만 필요 이상으로 크게 만들면 그 컵은 우스꽝스러운 쓸모없는 컵이 됩니다.
고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래의 구성원으로 노래와 잘 어우러질 때 그 고음이 화려하게 빛을 발하는 것이죠.
오늘은 고음을 잘 내는데 왜 합격을 못하는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